Toss Accelerator, 그리고 인터뷰 진행까지

정말 감사히도(또는 과분하게도), 토스에서 면접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었다.

부족한 나에게, 과분한 기회가

나는 많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렇다. 경험도, 실력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토스는 그런 나에게 있어 너무 크고 거대한 존재였다. 웹 프런트엔드를 다루며 평소 좋아하고 존경하던 서비스이자 회사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뜻밖의 여러 행운과, 도움을 받아 면접을 진행하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현재 글을 쓰는 시점은, 직무 인터뷰를 마치고 결과를 대기하는 시점이다. 토스는 합격 통보가 매우 빠른 것으로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인터뷰를 진행한 만 하루가 지난 시점에서 합격에 대한 큰 기대 없이 회고하듯 꿈 같던 찰나들을 남겨보고자 한다.

기대를 하지 않았더라도 막상 불합격 통보를 받으면, 소중했던 기억들이 안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될 거라 생각해 그 전에 글로 남겨보고 싶었다. 글로 남기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니.

Toss Accelerator

토스와의 작은 인연이 시작된 것은 Toss FE Accelerator라는, 토스 프런트엔드에서 진행된 멘토링 프로그램이었다. 3년차 이하 경력의 프런트엔드 개발자를 대상으로 모집하였고, 올해인 2024년이 제1기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앞서 밝혔듯, 토스는 평소 나의 큰 관심 대상이었기 때문에 신청을 하게 되었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취준을 해본 사람이라면, ‘n년차 이하’란 말은 보통 0년차 신입에게 알맞은 자리가 아니라고 해석하는 데 더 익숙할 것이다. 그럼에도 토스라는 회사가 궁금했고, 조금이라도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순수한 마음으로 용기내 지원해보았다.

약간의 테스트

지원한 후의 첫 시작은 짧은 테스트였다.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토스 앱을 통해서(이건 정말 특이하면서도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했다) 프런트엔드 관련 문제들을 빠르게 풀어내는 테스트였다. 짧은 시간이라 정신없이 풀었기에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React와 JavaScript 언어와 관련된 문제 위주였다.

간단한 인터뷰, 또는 캐주얼챗

’캐주얼챗’이라는 이름의 비대면 인터뷰로 다음 여정이 이어졌다. ‘캐주얼챗’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큰 부담 없이 이야기가 오고갔다. 부족한 부분이 많음에도, 나의 흥미나 열정과 같은 부분을 좋게 봐주시고 또 알아주시려고 하는 게 너무 감사했고, 그 덕분에 면접이라면 통과해본 적 없는(심지어 대입 때도 수시를 면접으로 다 말아먹었다) 내가, 긴장하지 않고 말 그대로 ‘캐주얼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사실 이 과정까지만 해도, 나에게 성장하는 과정이 되었다. 캐주얼챗을 나누며 내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묵묵히 노력해야겠구나 싶었으니. 그래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놀랍게도 선발이 되었고, 4주간 멘토링을 진행하게 되었다.

멘토링

2024년은 나에게 절망의 한 해였다. 개인적인 일이라 밝히기 어렵지만 계획했던 모든 일이 틀어졌고, 심지어 틀어진 일로 말미암아 향후 1-2년 뒤까지의 미래도 그려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난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어느 정도 그러했다.

멘토링은 방황하던 나에게 아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도움을 주었다.

멘토링은 세 명의 멘티가 한 명의 멘토가 매칭되어 진행되었다. 모두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경우 캐주얼챗을 진행했던 분이 그대로 멘토로 지정되었다. 세 명의 멘티, 한 명의 멘토를 한 팀이라 표현하겠다.

팀마다 진행된 스타일이나 다룬 내용이 많이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팀에게 동일하게 적용된 사항은 다음 두 가지였다.

  • 4주간 나눠볼 이야기와 토픽
  • 멘토링 시작 전/중 진행하는 간단한 과제: 이를 기반으로 코드 리뷰를 진행한다거나, 배우게 된 부분을 적용해 리팩토링한다거나 하는 등의 작업을 한다.

일단 우리 팀은 큰 주제 아래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했다. 코드를 지엽적으로 들여다보고 정답을 찾는다기보다는, 어떤 상황에 대해서 어떤 접근이 가능하고, 어떤 생각과 의도를 가지고 이런 코드 표현이 가능한지와 같은, 보다 추상적이면서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추상적인 부분을 나 스스로 코드 리팩토링 때 녹여내며 구체적으로도 적용해보려는 노력과 합쳐지니 시너지가 좋았다. 재밌는 토론에 참여하듯 생각을 나눠보고, 다시 나만의 구현으로 구체화하는 일련의 과정이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말도 안되는 제안

멘토링 4주는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마지막 주차에, 나는 오프라인에서 추가적으로 멘토분과 일대일 면담을 진행했다. 그런데 놀라운 제안을 주셨다. 사내 추천 형태로 지원해볼 생각이 있냐는 말씀이었다.

당연히 Toss Accelerator라는 프로그램이 궁극적으로 인재풀 확보를 위해서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정말, 정말 그런 생각 하나도 없이 순수하게 배우고 싶어 프로그램에 참가했고, 더불어 나 스스로도 그럴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 그 말씀을 들었을 때, 당황스러웠다. 그 후로는 무슨 정신으로 집에 갔는지 모르겠다. 처음엔 어벙벙했고, 그 후엔 압박감이 찾아왔다. ‘내가? 내가 토스에 지원을? 그것도 사내 추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크게 없었다. 마음가짐을 단단히 할 뿐.

지원과 과제, 면접

며칠이 지난 후 내 (볼품없는)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멘토분에게 전달했고, 멘토분이 추천서와 함께 인사팀에 제출함으로써 전형이 시작되었다.

과제

서류는, 아마 멘토분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에 통과한 것 같다. 그래서 그 다음 전형인 과제 전형이 이뤄졌다. 과제를 하루 안에 해결해서 제출해야 한다고 들었기 때문에 매우 걱정되었다. 하지만 여유를 두고 연습할 시간이 개인적으로 없었기 때문에 앞선 때와 같이, 내가 할 수 있는 건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는 것뿐이었다.

과제는 스스로 상당히 만족하지 못한 상태로 제출했다. 내가 보기에도 부족한 부분이 계속 보였고, 그럼에도 시간적 압박으로 차마 해결하지 못한 채 제출했다. 단순히 잘 쓴 코드고 뭐고를 떠나, 나의 생각이나 의도를 충분히 녹여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받아들일 각오로 기다렸다.

직무 인터뷰

과제 결과는 (추천 전형이라 통과된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을 정도로) 의외로(나 스스로 너무 부족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통과였고, 다음 전형이 진행되었다.

다음은 온라인 직무 인터뷰였다. 공교롭게도 일정이 추석과 겹쳐 추석 직후에 본가에서 직무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사실 인터뷰할 때의 상황이 좋진 않았다. 추석 때 먹은 음식들이 문제였던 건지, 아니면 긴장한 탓인지, 하루종일 어지럽고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었다. 그럼에도 일정이 일주일 전에 잡혀있던 것이기 때문에 컨디션 관리를 못한 것도 나의 잘못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핑계를 댈 생각은 없다. 그런 생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정말 나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구나를 다시 한 번 느꼈다. 원래 면접 때 긴장을 과도하게 하는 편이지만, 컨디션 때문인지, 토스에 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앞섰는지 긴장이 너무 심했다. 머리가 새하얀 채로 내 입으로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 상태로 1시간 반이 금방 지나갔다.

나의 부족함과 별개로, 인터뷰 경험은 너무 좋았다. 세 명의 프런트엔드 개발자분이 진행해주셨는데, 동등한 위치에서 나를 검증하시려는 게 느껴졌다. 나의 볼품없는 코드와 이력서에서도 나의 의도나 가치관을 파악하려고 노력하신 것 같았고, 이를 기반으로 핵심적인 질문을 주셨다.

처음엔 과제 코드를 직접 봐가며 진행했다. 지금 돌이켜봐도 너무 후회되는데, 나의 코드를 설명해달라는, 첫 질문에 대해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구조가 어떠한지, 어떤 식으로 데이터 흐름이 이뤄지게 하고 싶었는지와 같은 것을 온전히 나눴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코드를 두서없이 돌아다니며 보이는 코드마다 이 코드는 어떠해서 아쉬웠고 어떠해서 이렇게 짰다라는 식으로 진행했고, 마지막엔 결국 설명하는 데 갈피를 잘 못 잡았음을 실토하며 마무리했다. 이 후엔 인터뷰어분들이 돌아가며 코드에서 직접적으로 어떤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해결 방법이 있을지 등을 물어봐주셨다. 이때까지 계속 긴장한 채로 진행했던 것 같다.

그 다음엔 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진행해주셨다. 그 와중에는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맞딱뜨렸던 경험들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예컨대, 어떤 라이브러리를 도입할 때 기준이 있는지, 시간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또는 어떤 부분에서 충돌이 있을 때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했고, 할 것인지와 같은 부분 말이다. 그 외에도 코드를 다루거나 협업할 때의 가치관과 관련한 내용도 많이 나눴다.

1시간 반이 훌쩍 지나고, 나는 직감했다. ‘또, 면접이 망했구나…’ 그럼에도 나 같은 주니어에게는, 이 일련의 과정 자체가 너무 값진 경험이 되었다.

나를 믿고 면접 시간에 집을 비워주신 부모님, 그리고 나를 믿고 추천해주신 멘토분에게 한없이 죄송스러울 뿐이다…

결론

비록 탈락했지만, 그 과정에서 나름 많은 것들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평소 나를 스스로 ‘전문가’에서 아주 먼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렇기에 함부로 지원하지도 않고 그저 스스로를 낮출 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기회가 왔다는 것 자체로 나에게 큰 응원과 힘이 되었다. 힘을 얻고, 이번에 실패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부분에서 부족했는지 다시 생각하고 개선하고자 한다.